[궁핍과 곤란에 처한 때야말로 친구를 시험하기 가장 좋은 기회다.]
강릉이 친정인 이웃언니의 전화받고 갑자기 가을여행을 떠났었다.
(몇 년전에 오빠랑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빈 집인데 아들사돈 딸사돈도 휴가때면 한번씩 묵어가곤 한단다.)
딸내미 출산 예정일이 20여일 남았는데 1달동안 산후조리 해 주기로 했다며
그 전에 가서 김장준비도 하고 가을 바람도 쐬자고 해서......
작년 6월에 여기와서 며칠 놀다 갔었다.
옛길도 걷고 바다 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집 지은지 거의 2백년이 되었다고 한다.
몇 년전에 조립식으로 부엌은 하나 따로 만들었고 난방은 그냥 예전의 그 아궁이에 장작을 땐다.
우리 간다고 강릉 시내에 사는 언니 사촌올케가 불을 지펴놔서 굴뚝에 연기가 난다.
마당에는 큰 은행나무 두 그루에서 떨어진 은행이 쫙 깔려있고.....
나무로 만든 잠금장치가 아직도 문에 붙어있고 큰 화로도 두개나 있고.
가마솥의 설설 끓는 물을 양은바케스로 퍼다가 샤워도 하고 완전 시골체험이다.
가방에 넣어두고 안 입은 옷도 집에 와서 꺼내니 그을음 냄새가 배어 있어서 다 빨았다.
언니 말씨가 여기서는 그냥 강원도 억양이다 그 정도였는데
올케랑 둘이 얘기하는거 보니 뭔 말인지 못 알아듣는게 더러 있어서 묻곤 했었다.
사촌이 텃밭에 고추 고구마 무우 배추 상추 월동초 등 몇가지를 심어놨는데
고구마를 아궁이에 넣어서 구워 먹는다고 호미들고 캐러갔더니
멧돼지가 다 캐어 먹고 옆으로 누운 잎만 조금 살아있고 하나도 없다.
고라니가 와서 무우잎이랑 배추잎도 다 뜯어먹고 간단다.
무우잎이 지금은 조금 자란상태인데 생긴게 우습다.
(무우가 커질 못하고 쪼맨하다.)
언니 사촌올케란 아주머니 입이 좀 걸다.
흔히 하는 말로 일도싸고 말도싸고 하는 그런...... ㅋ
아는 스님이랑 잎이 하나도 없을 때 저 무우 보면서 중 대가리같다고 했더니 껄껄웃으며 하는 말이
당신같이 중 앞에 세워놓고 그런 말 하는 사람은 첨 봤다고 하더란 말에
우리도 그건 정말 심했다며 ㅋㅋㅋ 웃고.
짐승도 고추는 매운 줄 아는지 무사하다고 한다 ㅋ
*****
다음날 휴양림을 갔는데 언니가 동네사람이라고 하니 입장료 없이 그냥 들어가란다.
여기와도 일만 하다가고 나하고 와서야 이제 구경한단다.
어릴때 여기서 놀던 얘기랑 어디에 뭐가 있고..... ㅎㅎ
이렇게 멋진 걸 혼자보기가 넘 아까워~
언니 다리 아프다고 하는 걸 출렁다리까지만 가자고 꼬셔서..... ㅋ
나보다 더 좋아하면서~~~ ^-^
솔향 강릉이라고 이름만큼 정말 멋지다.
볼때마다 탐나는...... ㅎ
여긴 언니가 어릴때 밤 줍고 고사리 뜯고 송이 캐고 하던 길이란다.
휴양림에서 산길로 바로 넘어오니 얼마 안와서 집이 보인다.
이건 이웃집에 달린 옥수수.
휴양림에서 본 꽃사과는 앙상한 가지에 다 말라 있었다.
언니는 일 좀 해놓고 며칠 더 있다가 온다고 곶감 깍는거 보고 혼자 먼저 오는데
안동 지나는데 전화가 왔다.
나 가고나서 딸내미 배아프다고 전화해서 병원가라고 했는데
좀 전에 아들 낳았다고 한다며 첫 차가 몇시에 있더냐고.....
지금 정리한다고 정신없다며 나도 같이 갈 걸 그랬어 그런다.
그 녀석 세상구경을 빨리 하고 싶었나 보다 ㅎ
언니 축하해요~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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