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적게 하는 친구를 가려 사귀면 후회가 없고 근심과 모욕이 따르지 않는다.]
며칠 전에 보리밥 집에서 점심먹다가 날씨도 좋은데 우리 언제 바람쐬러 가자.....
어디 좋은데 있나?
황매산 가봤어? 많이 안 걸어도 되고 억새 좋다는데.....
이래서 나선게 이번 황매산 억새 소풍.
억새라면 생각나는 곳이 신불산 간월재, 재약산 사자평, 화왕산 등~
황매산은 봄에 철쭉만 생각나고 억새는 전혀 생각도 못했었는데
지난번에 우포늪 얘기때 블로그 이웃이신 海心님께서 댓글에
황매산은 주차장에서 조금만 걸으면 억새밭이니 좋고 구절초가 아주 장관이라고 하시길래 아 하~~~ 했었다.
몇 번 갔었던 곳이라 억새 많은 곳의 위치는 아는데 가을엔 한번도 안 간.....
11시가 넘어서 출발했는데 올 때도 갈 때도 남대구에서 고령까지만 고속도로로 가고 나머진 국도로....
추수를 앞 둔 누런 들판도 좋고, 바람도 좋고, 조금씩 물들어 가는 단풍도 좋고, 길은 전세라도 낸 양 한산해서 좋고 ㅎ
(갈 때는 합천호 아랫길로 올 때는 윗길로 달렸는데 이 길 드라이브 코스로 아주 좋다.)
그 무엇보다 좋은 건 그냥 야외에 나왔다는 거~~~
늙지도 젊지도 않은 아지매들 왕수다.....
몸은 아니지만 마음은 아직도 소녀같고 ㅋㅋㅋ
거의 2시간 거린데 합천댐 위 쪽을 지나다가 어느 휴게소에 들렀는데 등나무 밑에 야외식탁이 세 개있다.
배고프다.....
그래 무겁게 지고 가는것 보다 먹고 가는게 낫다 ㅋ
뭐 바쁘냐 놀러왔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대구스타디움의 전국체전 개막식 공연보러 간다고 올 때 바빴다 ㅠ.ㅠ)
난 밥 4인분 싸가지고 갔고 친구들은 반찬이랑 과일이랑 보온병에 뜨거운 물 가져오고.
쫓아내도 가지 않고 옆에서 겁없이 얼쩡거리던 토종닭 두마리도 좀 밥 쪼매 얻어먹었지 ㅋ
친구들은 첨이지만 난 가봤던 곳이라 얘기 몇마디 해 줬더니 가이드 같다나 뭐라나.....ㅎ
차 세워놓고 조금만 올라가면 바로 억새들이 일렁이고 있다.
친구들 억새밭 처음보고 탄성을 지른다 ㅎㅎ
정상가는 계단길인데 안내목에 보니 1.1km다.
저기 갔다가 가자..... 갔다 오셔..... 난 종아리 아파서 못 가겠어..... 셋이 조금 가다가 되돌아 온다.
몇 년전에 친구네랑 다섯명이
모산재에서 출발해서 저기를 넘어서 황매산을 다 돌고 내려와서 다시 모산재 주차장으로..... 그게 도대체 몇 km야?
지금 생각하니 꿈만 같다.
앞쪽도 뒤쪽도 산 그리매가 멋지다!
산 위에 서면 내가 젤로 좋아하는 거...... ^_^
처음으로 같이 소풍을 간~
오토캠핑장이 보인다. 주차는 저기에.....
이건 내려오다가 찍은 인증샷 ㅋ
가을 억새
정일근
때로는 이별하면서 살고 싶은 것이다
가스등 켜진 추억의 플랫홈에서
마지막 상행선 열차로 그대를 떠나보내며
눈물 젖은 손수건을 흔들거나
어둠이 묻어나는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터벅터벅 긴 골목길 돌아가는
그대의 뒷모습을 다시 보고 싶은 것이다
사랑 없는 시대의 이별이란
코끝이 찡해오는 작별의 악수도 없이
작별의 축축한 별사도 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총총총
제 갈 길로 바쁘게 돌아서는 사람들
사랑 없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이제 누가 이별을 위해 눈물을 흘려주겠는가
이별 뒤의 뜨거운 재회를 기다리겠는가
하산길 돌아보면 별이 뜨는 가을 능선에
잘 가라 잘 가라 손 흔들고 섰는 억새
때로는 억새처럼 손 흔들며 살고 싶은 것이다
가을 저녁 그대가 흔드는 작별의 흰 손수건에
내 생애 가장 깨끗한 눈물 적시고 싶은 것이다
정일근. 시인 1958년 7월 28일 경남 진해 출생.
경남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내년에 또 만나자 ^_^
*****
폰카로 담은 대구 스타디움의 제93회 전국체육대회 개막식 모습.
여기 갈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황매산에 가다가 받은 전화에 입장권 두장 있다고 구경하라는 말에..... ㅋ
싸이 공연이야 별 관심도 없었지만 불꽃놀이를 억수로 좋아해서~
같이 간 친구는 나보다 더 좋아하는 거 같더라 ㅎ
친구도 나도
가끔 두류공원에 펑펑 불꽃놀이 하는 소리가 나면 얼른 옥상에 올라가서 보기도 하니 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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