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는 지혜가, 얼굴에는 미소가, 가슴에는 사랑이, 손에는 일이 있어라.]
애들이랑 부산을 갔었다.
셋이 떠나 본 건 처음인 듯하다.
1박이나 2박을 해도 될 시간이었는데 시티투어 버스 타고 그냥 한바퀴 돌자~ 하고.
어디가면 늘 내가 알아보고 챙기고 하다가 이번에는 그냥 따라가니 아주 편하고 좋더라.
내가 몸상태가 안 좋아서 아쉽게도 당일치기로 먹자여행을..... ㅋ
대구역에서 무궁화로 출발~ 부산역에 도착하니 하늘이 잔뜩 흐려있고 곧 비가 올 것 같다.
새벽에 본 부산 일기예보에 18시까지 흐리다고만 되어 있었는데 기상청이 구라청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하루였다.
역 앞(옆이라고 해야 하나?)에서 바로 순환형 시티투어 버스가 있는데 운전기사가 표를 판다.
해운대와 태종대코스 두 가진데 한 곳을 돌고 오면 그 버스가 이십 분 뒤에 코스를 바꾸어서 출발한단다.
가다가 보고 싶은데 내려서 구경하고 다음 버스가 오면 표 보여주고 또 타고 가고 이렇게~
부산역에서 아침 9시 반부터 17시까지 30분 간격으로.
2층 버스를 타고 해운대 코스로 출발~
(대구 시티투어도 2층 버스가 있는데 안 타 본..... ㅎ)
첫 번째 서는 곳이 부산박물관인데 내리란다.
박물관은 패스하고 이른 점심부터 먹고 구경하자고.....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혜미니가 언젠가 친구랑 공연 보러 왔다가 먹고 갔다는 국밥집인데 수육이 살살 녹는다나 뭐라나 ㅋ
우리 뒤에부터 줄을 선다.
부드럽기는 했는데 살살 녹는 건 아니고 국밥은 보통 먹는 맛.
혜미니~
엄마 어때? 맛있지 맛있지?
그래 맛있다 ㅋ
비는 오는데 밖에서 쳐다보고 있지..... 얼른 먹고 나섰다.
스마트폰에 맛집으로 뜬단다.
옛날에 저거 없을 때는 다들 어찌 살았나 몰라 ㅋ
점심값이랑 갈 때 차비는 엄마가 낸다. 그다음은 너희들이 알아서 해.
넵 ㅎㅔㅎㅔ.
누리마루에 내렸는데 날씨 참 밉상이네.
비 오다가 잠시 해가 비치다가 흐렸다가 또 비 그다음에 흐렸다가 비~ 온 종일.....
저기 가면 보통은 동백섬으로 먼저 가서 한 바퀴 돌곤 했는데 망설이다가 해운대로 가자고 조선호텔 옆으로 갔다.
황옥 공주 인어상까지 조금만 갔다가 돌아오자며 간 게 결국은 비를 맞으며 한 바퀴를 다 돌고...... ㅎ
너희들이랑 같이 와서 좋고 가끔씩 보는 바다라서 좋고 비가 많이 오는 것도 아니고 길도 좋고~ ㅎㅎㅎ
등대 쪽에서 본 해운대 달맞이 고개.
해운대 석각...... 잘 보이지도 않는다.
안내판이 없다면 그냥 지나치겠다.
동백섬인데......
거의 다 시들고 지고 이름값으로 하나 담아 왔다.
동해의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길동무 삼아 함께 걷는다는 해파랑길은
부산광역시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강원도 고성군 통일 전망대까지의 770km 10개구간 50개코스의 국내 최장 걷기 탐방로다.
혼자 여행을 자주 다녀서 그런지 이 아가씨 셀카도 즐기더구만 ㅋ
'누리마루 APEC하우스'는 '온세상'(누리)과 '정상'(마루)을 의미하는 순우리말에
영어 APEC과 하우스가 결합돼 세계의 정상이 모여서 APEC 회의를 하는 집이라는 뜻이다.
건물도 이쁘고 모르는 내가 봐도 자리도 잘 잡은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은 별로 없고 대부분이 젊은 중국 관광객들이었는데 많기도 하고 무척 시끄러웠다.
옆에 보니 전부 중국인들뿐이라 부탁을 했더니 그 양반 웃으며 자리 옮겨가면서 다섯 장이나 찍어준다.
혜미니 뭐라고 뭐라고 인사를 하던데 내가 알아들은 건 고맙다는 거 뿐.....
한 바퀴 돌아서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정월대보름 전날이라 달집을 쌓고 있었다.
겁없는 새우깡 갈매기들.
언젠가 새우깡 갈매기들이 콜리에스테롤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버스 시간보고 케이크 한 조각 핫초코 한 잔 아메리카노 한 잔.
아~ 따뜻한 게 좋다!
해운대에서 부산역으로 가는 버스타고.....
2층 버스로 광안대교 지나면서 내려다본 모습인데 올려다 볼 때랑은 다른 맛~ ㅎ
부산역 앞에서 다대포 가는 1000번 급행버스를 탔다.
대구 급행보다 200원 더 한다. 현금 1,800원.
거의 한 시간 걸리는데 도착하니 5시 반이다.
늦어서 정작 가보고 싶었던 몰운대 갈맷길은 못 가보고
다대포 해수욕장과 거기에서 바로 보이는 몰운대 해안산책로만 걷고 왔다.
몰운대 입구에 군부대가 있다. 1983년 말에 다대포 간첩 침투사건이 있었지..... 그게 벌써 30년이 넘었네.
잘 생긴 젊은 군인이 나오더니 오늘은 늦어서 안되겠습니다. 다음에 다시 오시지요~ 그런다.
동백섬 돌지 말고 여기로 바로 올 걸 그랬나..... 아쉽다.
할 수 없지~ 그래 또 오지 뭐.
다음에 갈 구실이 생겼다.
몰운대 갈맷길도 걷고 아미산 전망대도 올라보고.....
(영도나그네님의 블로그에 보니 안내를 아주 잘 해 놓으셨다.^-^ )
짧은 겨울 해가 흐린 날씨로 더 빨리 어두워진다.
다대포는 일몰이 참 아름다운 곳인데......
다대포 해수욕장에도 달집이 서 있었다.
아들 녀석이~
엄마 손 이렇게 해 보세요.
좀 어색하긴 하지만 해도 섬도 내 손안에..... 아이구 무거워라 ㅎㅎㅎ
애들하고 오니 생전 하지않던 짓도 하고 참~
구름에 쌓이긴 했지만 입 델라~ ^-^
짜식~ 지가 무슨 태양을 삼킨 사나이라고 ㅋㅋㅋ
혜미니도.....
엄마 난 어때? ㅋ
해를 손에 담기도 하고 삼키기도 하고...... 아예 품을 걸 그랬나 ㅋ
글쎄~ 올해 뭐 좋은 일이 좀 있으려나 몰따 ㅎㅎㅎ
20개월 연년생인데 혜미니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가시락지게 싸우더니..... 이제 둘이 잘 논다.
날씨만 좋았으면......
처음 보는 세 손가락 게장 집게 보고 ㅋㅋㅋㅋㅋ
돌아오는 버스에서 둘이 열심히 검색해서 찾더니 부산역에 내려서 우산 쓰고 10여 분을 걸어서 찾아간 골목게장 집.
(난 방송에 게장이 밥 도둑이라며 손가락 쪽쪽 빠는 사람 이해 못 하는 사람ㅋ)
전복과 대하가 같이 나오는데 요리사가 오더니
알밥에 어떻게 비벼서 먹어서라고 가르쳐주고 갔다.
이렇게 해서 난생처음으로 게장에 밥을 비볐는데 뜻밖에 먹을만 했다.
혜미니 잘 먹는다.
넌 나 안 닮았어. 잡식성이야~ 했더니
못 먹는 게 뭐 있어. 맛있구만 먹으면 되지..... ㅎㅔㅎㅔ
하기야 직장생활 하면서 언제 다 가려가며 먹겠냐 ㅋ
혜미니가 같이 못 간 아빠가 걸린다며 포장해 놓고 파는 걸 하나 샀는데
(아빠 안 좋아한다고 난 사지 마라고 하고 저는 이 집 거 맛있다고 좋아 할 거라고 하고.)
사진도 찍고 맛있다고 했더니 원래는 안 들어 있다면서 특별히 대하 세 마리 넣었단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도 냉장고에 그대로 들어 있다는 사실인데
혜미니는 서울가고 애들아빠가 하는 말이
나 저거 안 좋아해. 비릿한 거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
밤 11시쯤인데 동대구역에서 출발을 하지 않고 한참 있더니 안내방송이 나온다.
대구역과 지천역 사이에 사상사고가 나서 삼사십 분 정차할 거라고.
열차사고 무섭다.
사망자만 해도 55명인 1981년 5월의 경산 열차사고 기억하시는 분들 계실지도 모르겠다.
그날 밀양에서 그 열차 타려다 못 탔었던 기억이......
바로 내려서 지하철 타고 택시타고 집에 오니 땡~ 자정이다.
이른 아침부터 설쳤는데 즐거운 하루였다.
옛날처럼 삶은 계란과 김밥은 없었지만 오랜만의 덜컹거리는 열차여행 참 좋았다.
얘들아~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며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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