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는 가슴에 새겨진 기억이다.]
며칠 전 저녁에 구미에 계시는 사촌형부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에선 대뜸 큰 소리로
"전화받는거 보니 살아있었네. 뭔일 있어? 바빠여? 어디 아파여?"
대답할 틈도 없이 혼나고......
"죄송합니다 형부. 해 바뀌기전에 한번갈께요"그랬더니
"말로만?" 그러신다.
정말로요 ㅎㅎ
없는 듯 깜깜 무소식이다가
어쩌다가 전화 한통오면 지 답답해서 아쉬운 소리나 하는 걸 난 무척 싫어한다.
그래서 주위 언니네 오빠네를 비롯해서 지인들 가끔씩 안부전화도 드리고 문자도 하고 그랬었는데
내 맘 울적하고 안 편해서 한동안 연락을 안했었더니
이젠 궁금해 하며 오는 전화가 거의 "뭔일 있어?" 다.
내가 너무 무심했었나~
111215 동촌 금호강.
아침에 전화하니 어제까지 일하고 집에 계신다고 해서 가보자고 나섰다.
일기예보에 올 겨울들어서 가장 추운날이라고 그러길래 중무장을 하고 나왔는데 생각만큼 춥진 않았다.
집에서 북부터미널도 멀지 않고 버스타고 45분이면 구미터미널 도착인데
시외버스 타러 가는게 왜 그리 잘 안나서지는지......
도착하니 12시.
언니가 차 가지고 마중을 나왔다.
어제 동지라고 팥죽 해먹고 팥 삶은 거 남겨 놨다며 새알수제비 비벼서 팥죽끓여서 점심먹고
찌짐도 부쳐먹고~ 잔뜩 먹었는데 형부는 자꾸 더 먹으라고 하신다.
거기다가 이건 소화제라며 소주도 한잔 따라주시고 또 한잔 하시고.
오늘 실컷먹고 내일 굶으면 된다나 어쩐다나 ㅋ
오랜만에 왔는데 젖먹이가 있는것도 아니고
밥 챙겨줄 얼라가있는것도 아니고~ 그러시면서 자고 내일 가라고......
점심먹고 해지기 전에 올 생각으로 갔었는데 할 수없이 청국장 끓여서 저녁까지 먹고 왔다.
"처제 오랜만에 왔는데 고기 사줄라 했더니......"
"형부 전 이게 더 좋은데요."
언니네는 몇 년전에 신개발지에 새집을 지어서 이사하고
일하는 틈틈이 소일거리 삼아 텃밭 농사를 해서 쌀과 해산물외엔 거의 사먹질 않는다.
그래서인지 먹는거나 그 재료에는 무척이나 까다로운~
팥죽의 새알수제비도 이웃이 농사지어서 준 현미찹쌀로 했단다.
농사 안 짓는 사람들 사먹어도 안 죽고 잘 산다고 했더니 뭐라고 뭐라고 잔소리.
언니는 나랑은 많이 다르다.
작은 체구에 일도 잘하고 말도 잘하고
(맨날 아프다하면서도 지 손으로 뭐든지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술 잡숫는다고 형부한테 따다다다다 잔소리도 대장이고 ㅋ
난 볼때마다 형부한테 잔소리 좀 하지 말라고 하고
그럴때마다 언니는 내가 잔소리했으니 네 형부 저 정도라도 된다고 그러고.
애도 아닌 어른한테다가 뭔 잔소리는......
언니는 그렇게 잔소리가 하고 싶냐.
정말 못말린다 참~
결혼식때 가지도 못하고 나중에 형부 봤을때부터 처제라고 무척 좋아하셨다.
언니가 막내고 사촌처제 셋이라도 내 동생 둘이는 그때 학생이었고
나만큼 자주 보지도 못했고
또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니 동생들이 어려워한다.
(이 형부가 지난 가을에 회갑이셨고 위로 사촌형부 두 분 더 계시는데 거의 여든이 다 되셨다.
그래도 난 형부는 그리 어렵진 않던데.....)
전에 본 적이 있는 언니네 이웃 아주머니 놀러오셔서
"재근이 이모 다이어트 하셨어요? 전에보다 좀 빠지신거 같애요." 그런다.
"아니요 한참 못 먹어서 곯았어요." 그랬더니
" 예??? 우짜만 밥맛이 없어요?나는 요새 3킬로 불었는데..... "
요즘 그래도 조금 나아진건데~ ㅋ
언니 임플란트한다고 일년내내 잘 먹지도 못했다며 내년 2월은 되어야 좀 나아진다고 하더니
그래도 살 안빠지고 보기 좋다.
임플란트~ 누구는 입 안에 중형차 한 대 넣어가지고 산다더니
언니도 LG에 다니는 딸내미가 천만원 들여서 해 준단다.
아들이 백화점에서 코트 사줬다고 자랑도 빼놓지않고 하고.
그래 언니는 좋겠수 ㅋㅋ
무거워 못 들고 간다고 해도 농사 지은거 뭐든지 자꾸 챙겨 주실라 한다.
남들하고도 잘 지내야하는데 내 형제간에야 뭐 말할것도 없고.
친형제고 사촌이고 육촌이고간에 잘 못지내면 남보다 못하고
이웃도 잘 지내면 사촌이라고
정 내기 나름이고 지내기 나름이고~
올 때도 터미널까지 태워다 주시고 자주 놀러 오라고.....
내년에 올땐 세배하고 세배돈 받아야겠다고 많이 준비해두라고 했더니오기만 하라며 허허 웃으신다.
자주 안가는 친정보다 친정갔다 온 듯한~ ㅎㅎ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_*
너라는 이름의
詩 윤보영
보고 싶을 때마다
길모퉁이 돌에다
백묵으로 너의 이름 적었다가
혹 내 마음 들킬까 봐
손이 닳도록 지웠었다
한 세월 흘렀어도
자꾸 더 보고 싶어지는 걸 보면
그 돌은
치울 수도 뽑을 수도 없이
내 가슴에 박혀 있나 보다
돌 위에
너라는 이름의 나무 한 그루 자라고 있다.
시집 - 그대가 있어 더 좋은 하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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